제주 여행 4일째 — 비 오는 일요일의 실내 탐험
제주 가족 여행 · 4일째

비 오는 일요일의
제주 실내 탐험기

웹툰 테마파크 · 민속자연사박물관 · 스크린 야구 · 고모 가족과의 저녁

2026년 5월 3일 일요일 · 제주시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가 딱 맞았다. 오늘은 실내에서 노는 날.
AM 10:00
바운스 슈퍼파크 도착 → 삼둥이 의사결정으로 철수
AM 10:30경
수목원테마파크(→ 웹툰 테마파크) 입장
PM 12:16
제주신산공원 앞 셀카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이동
PM 12:30~3:00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관람
PM 3:00
점심 — 미카도 스시 (호텔 근처)
PM 오후
딸들 호텔 휴식 / 아들 PC방 동행
PM 저녁
고모 가족 만남 (중1 누나·남동생 포함 4인 가족) · 회전식 훠궈
PM 8:30
스크린 야구장 (삼둥이) / 여동생 부부와 한라산 소주 한 잔 (아빠)
3곳
실내 체험
0mm
야외 활동
한라산
오늘의 소주
8명
저녁 인원
1
계획은 언제나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바운스 슈퍼파크 제주센터 — 10분 만의 철수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간밤에 일기예보를 확인했을 때부터 '오늘은 실내'라고 결심했고, 제주 여행 전 미리 점찍어 둔 곳들을 머릿속으로 순서 정리하며 잠들었다. 비가 내려도 좋다. 어차피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바운스 슈퍼파크 제주센터. 몇 년 전 거제도에서 한 번 다녀왔던 대형 실내 키즈카페로, 트램펄린과 각종 놀이 시설이 가득한 곳이다. 오픈 시각인 10시에 맞춰 택시를 잡아 도착했는데, 이미 입구 앞에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그런데 줄 서 있는 아이들을 보니 — 어림잡아 우리 집 막내 임리하 또래, 초등학교 1학년쯤 되는 꼬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순간, 삼둥이들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중학교 1학년의 자존심이 발동한 것이다. "아빠, 우리 그냥 다른 데 가자." 세 명이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계획이 현장에서 순식간에 뒤집혔다. 택시를 부르고 다음 목적지를 검색했다.

두 번째 후보는 981 테마파크였으나 거리가 꽤 멀었다. 가까운 곳을 다시 검색하다가 예전에 한 번 들렀던 수목원테마파크를 찾아냈다. 전에는 실내 얼음 슬라이드와 겨울왕국 테마로 꾸며진 곳이었는데 — 막상 택시를 타고 가보니 웹툰 테마파크로 완전히 탈바꿈해 있었다.

"아빠, 여기 너무 어린 애들만 있잖아."
세 아이가 입을 모았다. 중1의 자존심이란 이런 것이다. 계획이 바뀌는 순간도 여행이다.
2
만화 속으로 걸어들어간 오전
웹툰 테마파크 (구 수목원테마파크) · 제주시

🎨웹툰 테마파크 (구 수목원테마파크)

  • 위치제주시 일대 실내 테마파크
  • 특징수목원·겨울왕국 테마에서 웹툰·만화 테마로 전면 개편
  • 구성킹콩 세트, 교실·대통령 집무실·감옥 세트, 이발소, AR 합성 부스, 고전만화 전시관 등
  • 추천중학생~성인 · 포토존이 많아 사진 찍기 좋음

기대와 달라서 잠깐 의아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볼 것이 훨씬 많았다. 현대 웹툰과 고전 만화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 구성이 흥미로웠다. 어른도, 아이도 각자의 만화 추억 한 켜씩을 불러올 수 있는 곳이었다.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킹콩 세트. 벽을 뚫고 나온 거대한 고릴라의 손 조형물 뒤로 뉴욕 스카이라인과 헬기가 스크린에 펼쳐지고, 벽에는 콘크리트가 부서진 효과까지 리얼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손 위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킹콩 세트 - 아들 혼자
킹콩 손 위에 올라 앉은 아들 — 배경 스크린에 고릴라 얼굴과 뉴욕 스카이라인
킹콩 세트 - 딸 혼자
딸의 차례 — GROOVE STEP 후드티를 입고 킹콩 손 위에서 여유롭게
킹콩 세트 - 두 딸과 공간 전체
킹콩 방 전체 샷 — 두 딸이 각각 손 위에서, 배경엔 헬기와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THEMEPARK TOON 뽑기 기계
THEMEPARK TOON 핑크 뽑기 기계 — 딸이 조작하고 안쪽에 딸·아들이 구경 중
교실 세트
웹툰 교실 세트 — 노란 책상에 앉은 삼둥이, 스크린엔 애니 장면이 상영 중

핑크색 대형 뽑기 기계 코너 'THEMEPARK TOON'에서는 수십 종의 캐릭터 인형이 가득 쌓여 있었다. 딸이 조작 버튼을 잡고 진지하게 집게를 움직이는 동안, 안쪽 유리에는 두 남매의 얼굴이 비쳐 구경 중이었다. 교실 세트에서는 노란 책상과 만화 캐릭터 모양 의자가 늘어서 있고, 앞 스크린에는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삼둥이가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깐 '학생 모드'로 전환된 것이 재미있었다.

대통령 집무실 세트도 압권이었다. 붉은 벽지와 황금빛 독수리 문장이 새겨진 육중한 책상 앞에 앉으면 누구든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다. 딸이 먼저 앉아 카메라를 응시했고, 이어서 아들이 앉아 조금 더 엄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통령 집무실 세트 - 딸
황금 독수리 문장 집무실 — 딸이 착석, 분위기 제법 진지하다
대통령 집무실 세트 - 아들
아들의 차례 — 같은 세트에서 조금 더 아늑하게 앉아서
붉은 벽지와 황금빛 독수리 문장. 육중한 책상 앞에 앉는 순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웹툰 속 세계로 잠깐 들어온 것 같은 묘한 설렘이다.
Bread Barber Shop 외관
'Bread Barber Shop' 외관 — 주황빛 벽에 파란 천막, 앞에 빵 캐릭터 피규어들이 서 있다
이발소 내부 카운터 — 딸+아들
이발소 내부 카운터 — 딸이 폰을 보며 서 있고, 가운데 딸이 앉아 있고, 아들이 둘러보는 중
이발소 내부 거울 — 세 명
이발소 미용 의자 공간 — 세 명이 거울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쉬어가는 장면, 거울에 아빠도 비친다

'Bread Barber Shop'은 빵 캐릭터들이 운영하는 이발소를 실제 공간으로 구현한 코너다. 주황빛 벽돌 외벽과 파란 천막, 앞에는 빵 캐릭터 피규어들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카운터와 미용 의자, 빨간 서랍장과 거울이 가득하다. 딸들과 아들이 각자 둘러보거나 의자에 앉아 쉬는 동안, 거울에는 사진 찍는 아빠까지 비쳐 가족 모두가 한 컷에 담겼다.

언니는 여동생을 바르게 키워야합니다 타이틀 벽
웹툰 '언니는 여동생을 바르게 키워야합니다' 타이틀 벽 — 제작 단밥, 원작 독연

이 웹툰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언니는 여동생을 바르게 키워야합니다."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을 막내 임리하가 떠올랐다. 세쌍둥이 언니·오빠들이 제주도에서 신나게 노는 동안, 이 웹툰 제목처럼 바르게 자라주고 있겠지. 아니면 바르게 자라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어봤다. 웃음이 한 번 더 나왔다.

AR 합성 부스 - 딸
AR 합성 부스 — "내가 한참 푹 빠졌던 웹툰, 그곳의 악역" 캐릭터와 나란히 선 딸
감옥 세트 - 세 명
감옥 세트 앞에서 — 삼둥이가 쇠창살 사이로 각자의 포즈, 뒤쪽에 핑크 캐릭터 차가 보인다

AR 합성 부스에서는 좋아하는 웹툰 캐릭터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주는데, 딸은 어느 웹툰의 악역 캐릭터와 나란히 서서 뿌듯해했다. 감옥 세트에서는 쇠창살 사이로 세 명이 각자 포즈를 취했다. 아들이 창살을 잡고 위를 바라보는 포즈를 취하자 폭소가 터졌다.

목재 오두막 웹툰 세트 - 딸+아들
목재 오두막 세트 — 딸과 아들이 웹툰 캐릭터(머그, 메릴다 등) 패널들 사이에서
머털도사 피규어 + 아들
머털도사 구역 — 아들이 머털도사 피규어 옆에 나란히 서서
머털이 피규어 + 딸+아들
머털이 피규어 앞 — 딸이 앞에 서고, 아들이 뒤에서 머털이 머리를 툭 치는 장난
세쌍둥이 단체 — 머털이·도사 캐릭터들과
세쌍둥이 단체 사진 — 바위 위 머털이·도사 등 캐릭터들 앞에서, 세 명이 각자 개성 있는 포즈로
검정고무신 벽화
검정고무신 벽화 — 검은 벽에 흰 선으로 가득 채운 만화, 1화 "머리카락과 아이스케키"

고전만화 전시 공간으로 넘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정고무신, 머털도사 같은 80~90년대 국민 만화들이 대형 벽화와 실물 피규어로 재현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캐릭터들이지만 피규어 앞에서 포즈를 맞추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아들이 머털도사 옆에 당당히 서고, 딸들과 아들이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다. 검정고무신 벽화 앞에서는 흑백 만화 특유의 향수가 물씬 느껴졌다.

3
제주의 자연을 통째로 담아놓은 곳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 제주시 일도이동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 위치제주시 일도이동 1245-5 (제주신산공원 내)
  • 특징제주의 자연 생태·민속·해양 문화를 집대성한 종합 박물관
  • 전시곤충관, 해양생물관(고래 골격), 전통 배, 갤러리 뱅디왓 등
  • 입장료무료 (공립 박물관)
  • 추천우천 시 제주 필수 실내 코스 · 모든 연령 가능
제주신산공원 입구 앞 가족 셀카
2026.05.03 오후 12:16 — 비바람 속 제주신산공원(민속자연사박물관) 입구 앞에서 가족 셀카

웹툰 테마파크를 나오고 나서도 시간이 꽤 남았다. 택시를 잡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찍은 셀카를 보면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바닥이 빗물로 젖어 있다. 그래도 다들 표정은 여유롭다. 비가 와도 괜찮다 —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의 제주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인 공립 박물관이다. 제주의 자연 생태부터 민속, 해양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아이들 교육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실내가 제법 활기 있어 비 오는 날 많은 관람객이 찾는 것이 느껴졌다.

곤충 전시실 - 딸과 아들
곤충(Insects) 전시실 — 유리 진열장 속 표본을 들여다보는 딸과 아들
곤충 전시실 - 아이들
곤충 전시실 입구 쪽 — 생태 수조와 표본들을 살펴보는 아이들

곤충 전시실에서 아이들의 반응이 갈렸다. 딸 하나는 유리 진열장에 코를 바짝 붙이며 "이게 진짜야?" 연발했고, 다른 아이는 조금 거리를 두며 구경했다. 살아 있는 도마뱀이 들어 있는 수조 앞에서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딸이 작게 소리를 질렀다.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그 이중적인 표정이 여행의 묘미다.

해양 전시실 - 고래 골격
해양 전시실 — 브라이드고래 골격 표본 앞에서 바라보는 삼둥이, 좌측엔 불가사리·열대어 전시
전통 배 전시 - 가족 셀카
제주 전통 돛배 전시 앞에서 가족 셀카 — 2층 높이까지 솟은 돛이 인상적
갤러리 뱅디왓 앞 셀카
갤러리 뱅디왓(Gallery Bengdiwat) 입구 앞 — 박물관 내 전시 갤러리

해양 전시실에서는 브라이드고래의 실물 크기 골격 표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규모에 아이들이 입을 딱 벌렸다. 박물관 안쪽에는 제주 전통 돛배가 실물 크기로 전시된 홀이 있었다. 2층 높이까지 솟아오른 황갈색 돛이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 규모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갤러리 뱅디왓도 들러보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무료입장인 공립 박물관인데 이 정도 규모라니.
제주의 자연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4
오후는 각자의 방식으로, 저녁은 함께
미카도 스시 · PC방 · 스크린 야구 · 고모 가족과의 저녁

점심은 호텔 근처의 미카도 스시에서 해결했다. 비가 내리는 날 따뜻한 밥 한 끼가 이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뒤, 딸들은 호텔방에서 쉬겠다고 했다. 그 나이에 여행 중 호텔방에서 쉬는 것도 나름의 호사다.

아들은 PC방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제주도까지 와서 PC방이라니, 싶으면서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함께 근처 PC방에 가서 아들 옆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딱히 내가 할 것은 없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옆에서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 — 그것도 여행의 일부다.

저녁 무렵, 여동생네 가족이 제주도에 와 있었다. 여동생 부부와 중학교 1학년 누나·남동생, 이렇게 4인 가족이었다. 삼둥이 입장에서는 고모네 가족이다. 반갑게 합류해서 함께 회전식 훠궈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중1 사촌들과 삼둥이가 함께 앉으니 테이블이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은 스크린 야구장으로 향했다. 삼둥이가 셋이서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나는 여동생 부부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제주 대표 소주 '한라산'이 올라왔다.

스크린 야구장 화면 - KIA 타이거즈
스크린 야구장 화면 — KIA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즈 경기, 철망 너머로 담은 한 컷
저녁 자리 한라산 소주
2026.05.03 오후 8:30, 연동 — 테이블 위 한라산 소주 두 병이 나란히
저녁 식사 셀카
치킨과 한라산으로 마무리하는 저녁 — 여동생 부부와의 제주 셀카, 창밖에 야경

테이블 위에 치킨과 한라산 소주 두 병. 창밖으로는 제주 시내 야경이 펼쳐지고, 맞은편 건물 'Welcome Jeju' 간판 불빛이 빗속에서도 선명하다. 남매가 이렇게 제주에서 마주 앉아 술 한 잔 하게 될 줄이야. 여행이란 이런 예상치 못한 장면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한라산 소주는 제주 화산암반수로 빚어낸 제주 고유의 소주다. 순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 술자리가 길어져도 부담이 없다.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렸고, 아이들은 야구장에서 신나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내일은 오후 1시 40분, 목포행 배를 탄다.
이제 제주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 오늘도 충분히 잘 놀았다.
🌧️ → ⛵
비가 와도 충분히 좋은 날
웹툰 테마파크에서 킹콩의 손에 올라타고,
고래뼈 앞에서 입을 벌리고, 고모 가족과 훠궈를 먹고,
남매와 한라산 소주 한 잔으로 마무리한 하루.
내일은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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