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월드 고속훼리 시그니처팩
올레 10코스 당일치기
화순금모래해수욕장 → 하모체육공원 · 18.44km
드디어 10코스 차례가 왔다
지난 여행에서 딱 9코스까지 완주했는데, 마침 씨월드 고속훼리에서 올레 10코스 당일치기 상품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시그니처팩'. 배 타고 제주 가서 하루 걷고 다시 배 타고 목포로 돌아오는, 딱 우리 가족 스타일의 여행이다.
개별로 가면 차편이며 버스며 이리저리 복잡한데, 여행 상품을 따라가면 시작점에서 내려주고 종점에서 태워주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비용도 절약된다. 세쌍둥이와 함께하는 올레길 여행, 9코스에 이어 오늘도 우리 네 식구가 출격이다.
새벽 1시, 씨월드 고속훼리를 타다
3월 28일 토요일 새벽 1시, 목포항을 출발했다. 배 안에서 5시간, 아이들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고 어른만 혼자 설레다 보니 어느덧 제주항이다. 새벽 6시 21분, 씨월드 고속훼리 옆에서 네 식구가 인증샷을 찍었다. 아이들 표정이 '이게 뭐야'인데, 그래도 왔다. 제주에.
- 출발: 목포항 새벽 01:00 → 제주항 약 06:00 도착
- 단체버스로 10코스 시작점(화순금모래해수욕장) 이동
- 종점(하모체육공원) 14:20까지 집결 → 버스로 제주항 이동
- 제주항 16:45 출발 → 목포 복귀
- 개별 이동보다 비용·편의 모두 절약 가능
황금빛 일출과 함께 걷기 시작
단체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 아직 해가 다 뜨지도 않았는데 하늘이 이미 그림 같다.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눈으로 먼저 담고 싶었다. 아이들도 잠이 확 달아났는지 "아빠 사진 찍어요!" 한다.
하멜기념비와 산방산 전망
산방산 기슭 전망대에 올랐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 바다 너머로 옅은 안개 속 섬들이 보인다. 세쌍둥이는 난간에 기대어 폼을 잡고, 아빠는 뒤에서 혼자 감동받고 있었다.
그 옆엔 하멜기념비가 서 있다. 세쌍둥이는 각자 기념비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아들이 먼저, 둘째 딸, 셋째 딸 순으로. 그리고 아빠도 빠질 수 없지.
-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인근)
- 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 헨드릭 하멜이 제주도 해안에 표류
- 13년간 조선에 억류되다 탈출 후 『하멜 표류기』를 저술 — 조선을 서양에 최초로 소개한 기록
- 올레 10코스 주요 역사 스팟, 도보 5분 거리에 용머리해안 위치
유채꽃밭 사이 말 두 마리
길을 걷다 눈이 번쩍 떠지는 풍경을 만났다. 노란 유채꽃밭 사이를 유유히 걷는 말 두 마리.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한참 멈춰서 바라봤다.
용머리해안 — 제주의 속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용머리해안. 수직으로 깎아내린 용암 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처음 봐도 장엄하고, 두 번 봐도 감탄이 나온다. 아이들과 전망대에 서서 한참 바라봤다.
-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바로 앞
-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 중 하나 (180만 년 전 형성)
- 수성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층층이 쌓인 응회암 절벽이 압권
- 파도가 강할 때 탐방로 입장 통제되므로 방문 전 확인 필수
- 올레 10코스 경로상 자연스럽게 지나게 되는 명소
형제해안로 — 산방산을 뒤로하고
형제해안로에 접어드니 뒤로 산방산, 앞으로 송악산, 왼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이 구간이 올레 10코스의 백미라는 걸 걸으면서 실감했다. 파란 하늘, 검은 현무암 해안, 그리고 저 멀리 마라도까지 보이는 시원한 풍경.
송악산 — 분화구 위에서 마라도를 바라보다
송악산(松岳山) 입구에 도착했다. 돌하르방들이 줄지어 서서 우리를 맞아준다. 드문드문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 강하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마라도 방향 바다가 보상이 된다.
- 위치: 서귀포시 대정읍 형제해안로, 제주 최남서단
- 이중화산 구조 — 주봉(99m) 안에 99개 작은 분화구가 있다는 전설
- 정상에서 마라도·형제섬·산방산·한라산이 한눈에
- 일제강점기 해안 동굴진지(가마쿠라)가 절벽에 남아 있어 역사 현장이기도 함
- 올레 10코스의 핵심 구간, 분화구 둘레길 약 3km
알뜨르비행장 — 다크 투어리즘의 현장
송악산을 내려오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크 투어리즘' 안내판이 나타나고, 들판 한가운데 낮게 엎드린 격납고들이 보인다. 전쟁 때 일제가 만든 비행기 격납고다. 유채꽃이 피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묘하게 무겁게 느껴진다.
- 위치: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 상모리 일대
- 1926년부터 일본 해군이 계획, 1930년대 중반까지 건설한 군사 비행장
- 1937년 중일전쟁 당시 난징(南京) 폭격 기지로 활용
- 태평양전쟁 종전 때 면적 80만 평 이상에 달했던 초대형 기지
- 격납고 20여 기가 현재도 들판에 남아 있음 — 국가등록문화재
- '피스 올레(Peace Olle)' 코스와 연계된 다크 투어리즘 명소
드디어 10코스 완주 — 스탬프를 찍다!
하모체육공원 종점에 도착했다. 올레 패스포트를 꺼내 스탬프를 찍는 순간, 다리가 아픈 건 잠깐 잊었다. 아이들도 각자 패스포트를 열어 "1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을 때 함박웃음이 터졌다. 이 순간을 위해 새벽 1시에 배를 탔지.
걷고 난 뒤의 밥 — 영수네가마솥국밥
10코스 종점 근처, 영수네가마솥국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마솥에서 오래 끓인 국밥과 수육. 18km를 걷고 난 뒤에 먹는 따끈한 국물은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가 안 된다. 아이들도 말없이 그릇을 비웠다.
- 위치: 서귀포시 최남단해안로30번길 7
- 가마솥에 오래 끓인 돼지국밥이 대표 메뉴
- 수육과 함께 올레길 완주 후 에너지 보충 식사로 제격
- 모슬포항 인근, 올레 10코스 종점에서 도보 5분 이내
버스를 타고 제주항으로
오후 2시 20분, 하모체육공원 주차장에 버스들이 모여있다. 시그니처팩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각자 다른 속도로 10코스를 걸어온 사람들. 다들 지쳐 보이지만 얼굴은 뿌듯하다. 버스에 오르니 그 순간부터 다리가 지끈지끈. 그래도 좋다.
멀어지는 제주 — 페리 갑판에서
오후 4시 45분 제주항 출발. 배가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가며 제주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갑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떡볶이를 시켰다. 떠나가는 제주를 바라보며 먹는 떡볶이는 왠지 울컥하는 맛이 난다. 아이들은 금세 실내로 들어와 못다 한 공부를 시작했다.
26,336걸음 — 목표의 176%
9코스 다음엔 10코스 — 11코스도 간다
씨월드 고속훼리 시그니처팩 덕분에 올레 10코스를 당일치기로 완주했다. 새벽 1시 목포 출발, 새벽 6시 제주 도착, 오전 7시 반부터 걷기 시작, 오후 12시 반에 스탬프를 찍고, 저녁에 목포로 복귀. 숨가쁜 하루였지만 아이들과 함께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하멜기념비에서 역사를 이야기하고, 용머리해안에서 감탄하고, 알뜨르비행장에서 잠시 조용해지고, 송악산에서 마라도를 바라보고, 스탬프를 찍으며 함께 웃었다. 올레길은 단순한 도보 여행이 아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보면서 느끼고,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가 여행이다.
그리고 11코스? 당연히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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