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TC산악회 Since 2018
2026년 1월 24일 — 한라산 어리목 탐방로

겨울 한라산,
설국(雪國)을 걷다

새벽 배를 타고 제주를 향한 DSTC산악회의 눈 덮인 한라산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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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새벽, 배를 타고 제주를 향하다

📅 2026.01.23 밤 ~ 01.24 새벽

2026년 1월 24일 새벽 1시. DSTC산악회 일행은 목포에서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 원래대로라면 밤 9시 30분부터 승선이 가능해서 배 안에서 주전부리에 가볍게 한잔 하고 잠드는 게 루틴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퀸 제누비아 2호가 사고로 수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승선 시간이 한참 뒤로 밀려버렸다.

😤 출발부터 계획이 틀어지는 그 묘한 긴장감. 그러나 그게 또 여행이다. 예상을 벗어난 순간들이 쌓여 이야기가 된다.

결국 하당 유달먹거리에서 출발 전 한잔을 채우고, 승선 후에는 각자 다인침대에서 눈을 붙였다. 한잔 더 기울이는 분들은 기울이고, 자야 할 사람은 자는 — 소박하지만 완벽한 새벽이었다.

🚢 목포 → 제주 여객선 정보

  • 항로목포항 → 제주항 (약 5시간 소요)
  • 새벽 1시 배평소 21:30 승선 시작 / 이번엔 지연
  • 선박퀸 제누비아 2호 수리로 결항, 대체선 운항
  • 출발 전하당 유달먹거리에서 집결 & 식사
02

새벽 6시, 제주 도착 — 어리목을 향해

📅 2026.01.24 오전 6시 ~ 8시

새벽 6시경 제주항에 도착. 미리 대절해 둔 미니버스에 올라 곧장 어리목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는 미리 주문해 둔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해 설산 등반 준비를 마쳤다. 아이젠을 채우고, 스틱을 꺼내고, 방한복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 설산 앞에 처음 섰을 때의 그 복잡한 감정 — 기대와 설렘, 그리고 저 하얀 세계를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 어리목 탐방로 (Eorimok Hiking Trail)

  • 입구 고도해발 970m
  • 목적지윗세오름 대피소, 해발 1,700m
  • 총 거리편도 약 4.7km / 약 2시간 30분
  • 정상백록담 출입 제한 — 윗세오름까지만 허가
  • 겨울 주의아이젠 필수, 강풍·시야 불량 가능성 높음
한라산 탐방로 안내판

한라산 탐방로 안내판 — 어리목 탐방로 입구 (해발 970m). 윗세오름까지 4.7km, 약 3시간 코스를 눈으로 확인한다

03

설국(雪國) 속으로 — 한라산 설산 등반

📅 2026.01.24 오전 8시 ~ 11시

날이 많이 흐렸다. 짙은 안개와 구름이 산을 삼켜 시야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흐림이 더 좋았다. 수북이 쌓인 눈을 뒤집어쓴 나무들, 발이 빠질 만큼 깊은 눈길 — 안개 속에서 몽환적인 별세계가 펼쳐졌다.

✨ 처음 눈 덮인 한라산에 발을 디뎠을 때의 그 설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발자국 하나하나가 새로운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것 같았다. 동시에, 안개 속에서 길이 사라지는 것 같은 두려움도 함께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계속 걸어야 하는 느낌 — 그게 곧 산이 주는 교훈이기도 했다.
눈 쌓인 한라산 등산로

온 세상이 하얗다 — 안개와 눈으로 뒤덮인 어리목 탐방로. 붉은 깃발만이 길을 알려준다

두 등반자 뒷모습 눈꽃 숲길

눈꽃 터널을 걸어가는 대원들 — 말 없이 걷는 등 뒤가 더 많은 말을 한다

조동선 형님 설산 숲길

조동선 형님 — 눈꽃 숲길을 배경으로. 사방이 온통 하얀 세상

김영균 상무님 양손 폴대

김영균 상무님 — 눈꽃 나무 아래서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설국의 자유를 만끽

석은섭 소장님 등산 중 셀피

석은섭 소장님 셀피 — 눈보라 속에서도 여유 있는 표정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해발 1,500m 표지석이 나온다. 이 돌 앞에서 다들 멈췄다. 폴대를 높이 치켜드는 분, V자를 그리는 분, 주먹을 불끈 쥐는 분 —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기록했다.

제라드림 해발 1500m 셀피

Jan 24, 08:45AM — 제라드림, 해발 1,500m 표지석에서 셀피

김장일 형님 해발 1500m

김장일 형님 — 폴대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내가 여기까지 왔다!"

유동렬 형님 해발 1500m

유동렬 형님 — 해발 1,500m에서 환한 미소

한승구&김장일 해발 1500m

왼: 한승구 형님 / 오른: 김장일 형님
주먹 맞대며 파이팅!

석은섭&김장일 해발 1500m

왼: 석은섭 소장님 / 오른: 김장일 형님
V자 승리의 포즈

조동선&김영균 안개 속

왼: 조동선 형님 / 오른: 김영균 상무님 — 안개가 짙어 표지판도 흐릿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선명하다

04

윗세오름 대피소 — 폭설 속의 진수성찬

📅 2026.01.24 오전 11시경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안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 날이 워낙 좋지 않아 바깥은 바람이 칼처럼 날카로웠다. 대피소 바닥에 자리를 깔고 짐을 풀었다.

미리 준비해 온 발열도시락홍어, 머릿고기 김치가 바닥에 펼쳐졌다. 삭힌 홍어는 냄새 때문에 뺐지만, 안삭힌 홍어는 배낭 속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거기에 막걸리 한 병까지 — 산 위에서 이게 다 가능하다니. 막걸리 한잔에 피로가 스르르 녹았다.

🍶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라산 꼭대기 대피소 바닥에 앉아 홍어에 막걸리를 기울이는 순간 — 이 맛을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맛. 춥다는 것도 잊었다. 잠깐의 그 온기가 이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 윗세오름 대피소 점심 메뉴

발열도시락 (자체 발열, 따끈따끈!) · 홍어 · 머릿고기 + 김치 · 막걸리 · 제주 귤

🏠 윗세오름 대피소 안내

  • 위치한라산 어리목 탐방로 종점, 해발 1,700m
  • 운영국립공원 대피소 (취사 불가, 취식 가능)
  • 기능악천후 시 등산객 임시 대피처
  • 주의야간 숙박 불가 / 냄새 강한 음식물 자제
대피소 막걸리

해발 1,700m에서 꺼내든 막걸리 — 검은 봉지 속에 소중히 품어온 이 한 병이 모든 피로를 녹였다

대피소 바닥 홍어 김치 머릿고기

대피소 타일 바닥에 펼쳐진 한 상 — 홍어, 머릿고기 김치가 놓이고 막걸리 잔이 채워지자 여기가 천국인지 한라산인지 구별이 안 갔다

윗세오름 대피소 바닥 점심 전체 장면

대피소 안을 가득 채운 등산객들 —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발열도시락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며

발열도시락 클로즈업

발열도시락 — "핫앤쿡" 자체 발열 시스템. 산 위에서도 따끈한 밥 한 끼

윗세오름 점심 후 하산 직전 DSTC 단체사진

점심을 마치고, 하산 직전 — 윗세오름에서 DSTC산악회 전원 집합.
"산과 바다, 하나되자!" 깃발이 눈보라 속에서 힘차게 펄럭인다

05

하산 — 漢拏山 石碑, 그리고 전설의 홍어 사건

📅 2026.01.24 낮 12시 ~ 오후 1시

하산은 왔던 길 그대로 어리목으로 내려왔다. 영실로 내려가면 미니버스가 탐방로 입구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무사히 하산하고 나서, 어리목 입구 漢拏山 석비 앞에서 하산 기념 단체사진을 한 장 남겼다.

하산 후 한라산 석비 앞 단체사진

하산 완료 — 漢拏山 석비 앞에서 전원 기념촬영. 올랐다, 그리고 무사히 내려왔다

그런데 가방을 정리하던 중, 사건이 터졌다. 그 삭힌 홍어. 뺐다고 생각했는데 배낭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버스 기사님 왈: "그걸 들고 타시면 안 됩니다."

😂 아스팔트 바닥에 바로 자리가 깔렸다. 버스 옆에서, 겨울 바람 맞으며, 남은 막걸리에 홍어를 다 먹어 치웠다. 이보다 더 자유롭고, 이보다 더 웃긴 식사가 또 있을까. 민망함과 통쾌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버스 옆 홍어 막걸리 현장

Jan 24, 12:41PM · 1100로, 제주시 — "기사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다 먹겠습니다."
버스 옆 아스팔트 위에서 펼쳐진 긴급 홍어 파티

홍어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나서야 버스에 탑승. 하산 후 숙소로 돌아가는 미니버스 안 — 다들 지쳐 있었지만 표정만은 뿌듯했다. 내 발로 올랐다 내려온 한라산. 피로와 성취감이 함께 번진 귀가 길이었다.

하산 후 호텔로 이동하는 미니버스 내부

Jan 24, 01:12PM · 1100로 — 홍어 사건을 뒤로하고, 하산 후 호텔로 돌아가는 미니버스 안. 다들 말이 없다

06

또올래포차 — 객주리 조림으로 하루를 마치다

📅 2026.01.24 저녁 6시 34분

숙소에 돌아와 씻고, 다시 모였다. 저녁은 또올래포차에서 제주 향토 음식 객주리 조림으로.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이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풀어주었다. 저녁 식사 후 2차로 맥주 한잔. 그렇게 한라산 등반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 제주 향토 음식: 객주리 조림 (자리돔 조림)

자리돔(객주리)은 제주 연근해에서 잡히는 소형 어류로, 뼈째 먹을 수 있어 구수한 맛이 일품인 제주 대표 서민 음식. 콩나물·파·감자 등을 넣고 칼칼하게 조려내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 삼무로9길 35, 제주시

객주리 조림

Jan 24, 06:34PM · 삼무로9길 35, 제주시 — 또올래포차의 객주리(자리돔) 조림.
얼큰한 국물 한 숟갈에 한라산의 피로가 싹 가신다

07

새벽 2시 33분 — 달리고 또 달리는 셋

📅 2026.01.25 새벽 02:33AM

대부분의 인원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몇몇은 달렸다. 새벽 2시 33분, 제주시 언동의 한 식당에서 한라산 소주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새벽까지 달린 우리 셋 — 이들은 다음 날 아침 해장국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가를 치렀다. 당연히 못 일어났다.

🌙 제주에서의 새벽은 다르다. 바람 소리도 다르고, 소주 맛도 다르다. 못 일어나도 후회 없는 밤이었다. 아마도.
새벽까지 달린 셋

Jan 25, 02:33AM · 언동 273-49, 제주시 — 새벽까지 달린 셋. 한라산 소주병이 그 증인이다

08

아침 해장 & 동문시장 — 이제 집으로

📅 2026.01.25 아침 ~ 오후

다음 날 아침, 숙소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이 전날의 피로를 가시게 했다. (단, 새벽까지 달린 셋은 불참. 도저히 못 일어났다.)

천천히 체크아웃을 마치고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목포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음식, 가족들을 위한 선물들을 손에 들고, 4시 45분 배에 올랐다.

🏪 제주 동문시장 (Dongmun Traditional Market)

  • 위치제주시 관덕로 14길 20 (일도1동)
  • 특징제주 최대 전통 시장 / 약 500여 점포
  • 추천흑돼지 순대, 오메기떡, 고사리, 옥돔, 갈치, 제주 귤
  • 야시장매일 저녁 7시 ~ 자정 (다양한 먹거리 포차)
아침 해장국

Jan 25 아침 해장국 — 국밥 한 그릇에 진심을 담아 건배.
새벽파 셋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동문시장 인근 식사

동문시장 인근에서 마지막 한 상 —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즐기며

09

최후의 만찬 — 제주항에서 멀어지는 섬

📅 2026.01.25 오후 4시 45분 출항

4시 45분 배에 승선. 제주항 야외 데크에 자리를 잡고, 동문시장에서 사온 광어회·새우·귤·막걸리를 펼쳤다. 멀어지는 제주의 해안선을 바라보며, 마지막 만찬이 시작되었다.

🌅 뭔가가 멀어질 때야 비로소 그것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점점 작아지는 제주의 실루엣을 보며, 이 짧은 1박2일이 얼마나 꽉 차 있었는지를 실감했다. 눈 덮인 한라산, 대피소의 막걸리, 버스 옆 홍어 파티, 새벽의 소주 — 모두 이 추억 한 장 안에 담겼다.

그리고 전원 무사히 목포로 복귀. DSTC산악회의 2026년 첫 원정 등반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제주항 최후 만찬 1

Jan 25 — 제주를 떠나며 펼친 최후의 만찬. 광어회, 새우, 귤, 막걸리가 가득한 테이블

제주항 최후 만찬 2

항구를 배경으로 — 모두 함께 마지막 한 잔. 좋은 추억을 안고 목포로

산과 바다, 하나되자!

새벽 배에서 시작해 설국의 한라산을 걷고, 홍어 사건으로 웃고,
새벽 소주로 마무리한 DSTC산악회의 2026년 첫 원정.

언제나 그렇듯, 가장 빛나는 기억은 계획 밖의 순간들에서 왔다.
다음 산도, 또 함께. 🏔️

DSTC산악회 · SINCE 2018 · 202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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