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가족여행 · Day 3

파도 소리를 걸음으로 세다
올레길 14코스

📅 2026년 5월 2일 (토)  ·  🗺 저지예술정보화마을 → 한림항  ·  👨‍👧‍👦 아빠 + 세쌍둥이

14코스 번호
~19km총 거리
33,282걸음 수
1,436소모 칼로리
6h 39m활동 시간

1출발 전 맥도날드 아침

셋째 날 아침, 숙소를 나서자마자 제주 시내 맥도날드로 향했다. 올레길 장거리 도보를 앞두고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했다. 창밖으로 제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 자리에 넷이 나란히 앉아 버거와 음료를 주문했다. 아들은 무표정으로 버거를 집어 들었고, 딸 둘은 이미 아이스 음료를 빨아들이며 오늘 코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속으로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14코스는 초반 밭길과 산길을 지나 바닷가로 연결되는 긴 코스다. 전날 이미 상당히 걸어 다리가 묵직한데, 오늘 또 20킬로미터 가까이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살짝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일단 먹자 — 든든한 아침이 모든 두려움을 잠시 녹여줬다.

맥도날드 아침식사

오전 7시 31분 · 제주 맥도날드 창가 자리. 오늘도 힘차게 걸어보자!

버스를 타고 어제 종점이었던 저지예술정보화마을 미센터로 이동했다. 시작점에 도착하자 세쌍둥이는 각자 가방을 고쳐 메고 걷기 시작했다. 밭과 비닐하우스 사이의 좁은 흙길,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 돌담이 양옆으로 이어지는 초반 구간이었다. 아직 아침 공기가 서늘하고 촉촉해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올레길 14코스 시작 밭길

저지 근처 밭길 — 오전 9시 10분 출발

세쌍둥이 밭길 걷기

세쌍둥이, 힘차게 걸음을 옮기다

코스 안내올레길 14코스 개요

  • 시작점: 저지예술정보화마을 미센터 (어제 13코스 종점)
  • 종점: 한림항 (한림공원 인근)
  • 총 거리: 약 19km / 소요 시간 약 5~6시간
  • 코스 특징: 초반 밭길·산길 → 월령포구 → 해안 데크 → 금능해수욕장 → 협재해수욕장 → 한림항
  • 볼거리: 4·3 유적지 진아영 할머니 삶터, 월령선인장군락지, 비양도 조망, 금능해수욕장 에메랄드 바다

2밭길과 산길을 헤쳐나가다

올레길 14코스의 초반은 조용한 농경지 마을길과 소나무 숲 산길이 뒤섞인다. 현무암 돌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제주의 평범한 일상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세쌍둥이도 처음에는 서로 담소를 나누며 걸었지만, 산길 구간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줄고 제각각 자기 페이스대로 걷기 시작했다. 오르막도 없고 험하지 않은 길이지만, 지난 이틀의 피로가 쌓여 발이 기억보다 무거웠다.

나뭇가지들이 좌우로 터널처럼 이어진 숲길 구간은 특히 아름다웠다. 초록빛이 머리 위를 덮어주고, 멀리서 아이들의 실루엣이 그 사이를 걸어오는 풍경이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았다. 이런 순간들이 올레길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아빠 선두 걷기 셀카

선두에 선 아빠, 세쌍둥이가 뒤따라온다

올레길 14코스 표지판

14코스 오사록헌 농로 안내판

나무 터널 숲길

오전 10시 28분 · 나뭇가지가 만들어낸 초록 터널 숲길. 아이들이 그 사이를 걸어온다

밭길 구간은 사실 올레길 중에서 가장 설레면서도 두려운 구간이다. 바다가 아직 보이지 않고,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이 있다. 발은 이미 지쳐 있고, 앞으로 몇 킬로미터를 더 걸어야 하는지도 가늠이 안 된다. 그런데 그 불확실함이 묘하게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이끈다. '조금만 더 가면 바다가 나올 거야'라는 기대감 하나로 걷게 되는, 그것이 올레길의 마법이다.

3역사의 흔적 — 4·3 유적지

4.3 유적지 진아영 할머니 삶터

오전 11시 08분 · 4·3 유적지 진아영 할머니 삶터 앞에서

걷다 보면 문득 14코스의 중요한 경유지 중 하나인 '4·3 유적지 진아영 할머니 삶터'가 나타난다. 제주 4·3 사건(1948년)의 상흔이 남아 있는 이 공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진아영 할머니가 평생을 이 작은 집에서 홀로 살아오신 삶의 자취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앞마당에는 붉은 동백꽃 모양의 4·3 유적지 표지석이 서 있다. 세쌍둥이도 표지석 앞에서 잠시 멈춰 사진을 찍으며 이 공간이 단순한 쉬어 가는 곳이 아님을 느낀 듯했다.

역사 유적4·3 유적지 진아영 할머니 삶터

  • 제주 4·3 사건(1948~1954)의 피해를 온몸으로 겪은 진아영 할머니의 생가 터
  • 사건 이후 가족을 잃고 홀로 이 작은 가옥에서 수십 년을 거주하셨음
  • 현재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 / 4·3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 중
  • 올레길 14코스 중간 지점에 위치 / 입장 무료
  • 가족 여행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잠시 멈춰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한다

4드디어, 바다다!

밭길과 숲길을 한참 걷다가 월령리 해안 쪽으로 방향을 틀자, 갑자기 시야가 활짝 열리면서 제주 바다가 펼쳐진다. 이 순간을 위해 걷는 것이다. 회색빛 하늘 아래지만 에메랄드와 청록이 뒤섞인 제주 바다는 언제 봐도 숨이 멎을 것처럼 아름답다. 멀리 비양도가 고요히 떠 있고, 해안가에는 올레길 중간 스탬프 함이 파란 의자와 함께 놓여 있었다. 우리 넷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탬프 책을 꺼내 도장을 찍었다. 도장 하나가 찍힐 때마다 '우리가 진짜 여기까지 걸어왔구나' 싶은 묘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월령리 해안 스탬프 지점

월령리 해안 스탬프 포인트

가족 스탬프 인증샷

파란 스탬프 함 옆에서 — 아빠 + 세쌍둥이

월령리 해안 데크길과 풍력발전기

월령리 해안 데크길 — 선인장 군락과 현무암,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제주 서쪽 해안의 상징적인 풍경

명소 안내월령리 선인장 군락지

  • 천연기념물 제429호 지정 — 손바닥 선인장(백년초) 야생 군락지
  • 현무암 바위 위에 자생하는 독특한 풍경 / 6~7월 노란 꽃이 피어남
  • 데크 산책로에서 바다와 선인장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음
  • 풍력발전기 + 비양도 조망 포함 — 제주 서쪽 해안 대표 포토스팟
해안 데크 위 가족 셀카

해안 데크 위 — 뒤로 검은 현무암 해안이 펼쳐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아들 머리카락 셀카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아들

바다를 처음 만나는 순간의 그 두근거림은 매번 새롭다. 발이 아프고, 배도 슬슬 고프기 시작했지만, 저 청록빛 수평선 하나가 그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아이들도 데크 위에서 갑자기 활기를 되찾아 사진을 찍고 웃음소리가 커졌다. 올레길이 자꾸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순간인 것 같다.

5바닷가 편의점에서 잠깐 숨 고르기

바닷가 근처를 걷다 보니 허기가 몰려오고 목이 탔다. 마침 편의점이 나타났고 우리는 당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편의점 앞 시멘트 턱에 걸터앉아 음료를 홀짝이는 짧은 쉼이, 이날 가장 달달한 순간 중 하나였다. 뒤로는 월령리 풍력발전기가 느릿하게 돌아가고, 옆으로는 검은 바위와 바다가 이어졌다. 이 풍경 속에서 마시는 음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가 된다.

편의점 앞에서 음료 마시며 쉬기

바닷가 편의점 앞에서 음료 한 잔씩

월령포구 전경

오전 11시 56분 · 월령포구 — 고요한 포구와 풍력발전기 군락

항구 빨간 등대 앞 가족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풍력발전기 배경 가족

풍력발전기 앞에서

선인장 사이 해안 오솔길

선인장 해안 오솔길

현무암 해안을 걷는 아이들

음료를 손에 들고 현무암 바위 위를 조심조심 건너는 아이들

금능리 해안 풍경과 비양도

오전 12시 12분 · 금능리 해안 — 저 멀리 비양도가 수평선에 떠 있다

6점심은 고향역 — 고기국수와 수육

금능리 고향역 식당 앞 가족

오후 12시 30분 · 금능리 '고향역' 식당 앞에서 넷이 사진 한 장

점심 시간이 다가오고 배에서 신호가 왔다. 금능리를 지나다 '고향역'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고기국수와 국밥, 수육을 파는 제주 향토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레트로한 분위기의 아담한 식당 내부가 반겼다. 벽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메모들이 빼곡하고,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어 묘하게 따뜻한 분위기가 났다. 고기국수 두 그릇, 국밥 한 그릇, 수육 한 접시를 시켰다. 걸어서 소진한 칼로리를 보충하기에 완벽한 메뉴였다. 국수 국물은 진하고 구수했고, 수육은 부드러워 젓가락이 멈추질 않았다.

고향역 점심 식사 — 고기국수와 수육

오후 12시 48분 · 고기국수, 국밥, 수육이 한 상 가득. 허기진 몸이 행복해지는 순간

맛집 안내금능리 고향역

  • 주소: 제주시 금능리 1815-1 (한림읍 금능리)
  • 대표 메뉴: 고기국수, 고기국밥, 수육
  • 특징: 제주 흑돼지 뼈 육수로 만든 진한 국물, 두툼한 수육. 레트로 분위기 향토 식당
  • 참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이후 영업 종료
  • 올레길 14코스 중간 지점 — 도보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곳

7금능해수욕장 — 아들의 단독 질주

점심을 마치고 다시 출발했다. 금능해수욕장 근처에 이르자 '5~6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들이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그럼 뛰어가면 금방 도착하겠다!' 선언과 동시에 아들은 앞장서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딸 둘과 나는 그냥 웃었다. 젊음이란 저런 것이구나.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금능 해수욕장의 에메랄드 빛 바다,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가족 사진, 해변의 고요한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여유롭게 남은 길을 걸었다.

금능리 세쌍둥이 비양도 배경

세쌍둥이 — 비양도를 배경으로 돌담 앞에서

금능리 가족 비양도 배경 셀카

아빠 + 세쌍둥이. 저 섬이 비양도다

명소 안내금능해수욕장 & 비양도

  • 금능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바로 옆. 상대적으로 한적하며 에메랄드빛 얕은 바다가 특징
  • 비양도: 금능·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제주에서 가장 최근(약 1,000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
  • 한림항에서 도선으로 약 15분 — 당일치기 탐방 가능
  • 백사장이 길게 이어져 산책과 사진 촬영 모두 좋음
금능 해수욕장 아빠와 두 딸

오후 1시 41분 · 금능해수욕장. 아들이 혼자 달려간 뒤, 아빠와 딸 둘이 바다를 배경으로

금능 해수욕장 돌하르방과 에메랄드 바다

오후 1시 52분 · 돌하르방이 지키는 금능해수욕장

금능 해수욕장 아빠와 두 딸 셀카

해변에서 한 컷 더

금능·협재 사이 모래 해안 데크길

오후 2시 05분 · 금능에서 협재로 이어지는 모래 해안 데크길. 종점이 가까워졌다

협재 해수욕장 야외 웨딩 준비

협재 해수욕장에서 마주친 뜻밖의 장면 — 바닷가 야외 웨딩 행사 준비 중

8한림항 종점 도착 — 14코스 완주!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 한림항 방향으로 마지막 발걸음을 이어갔다. 종점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나 이미 도착했어. 언제 와?' 역시. 혼자 질주해서 먼저 도착한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합류하자 함께 한림항 종점의 스탬프 함에서 도장을 찍었다. 각자 스탬프 책에 '14'번이 선명하게 찍히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틀에 걸쳐 걸어온 길들이 고스란히 이 작은 도장 안에 담긴 느낌이었다.

한림 방향 해안도로

오후 2시 31분 · 한림항을 향해 마지막 해안 도로를 걷다

아빠와 딸 해안도로 셀카

종점을 향해 걷는 아빠와 딸

한림 지역 통과

오후 2시 47분 · 한림 지역 통과 중 — 종점이 멀지 않았다

14코스 종점 한림항 스탬프 인증

오후 3시 23분 · 한림항 종점! 스탬프 책을 들고 14코스 완주를 외치다

스탬프가 찍히는 그 순간만큼은 다리의 통증도, 배의 허기도 잠시 사라진다. 세쌍둥이 셋이 각자 스탬프 책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이 여행을 기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이 이 경험을 훗날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 아이들의 얼굴에는 분명 성취감이 담겨 있었다.

9오늘의 기록

하루 총 걸음 수

33,282

목표(15,000보)의 222% 달성
총 이동 거리 22.43 km
활동 시간 6시간 39분 / 소모 칼로리 1,436 kcal

하루 걸음수 33282보

10저녁 양꼬치 그리고 볼링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깐 누웠다. 씻고 나니 배가 또 고팠다. 근처 양꼬치 집으로 향했다. 철판 위에 꽂힌 양꼬치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식초에 무친 오이와 함께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쏙 빠지는 기분이었다. 세쌍둥이 모두 지친 얼굴에도 손이 바빴다. 꼬치 하나가 비워지기 무섭게 다음 꼬치로 넘어가는 속도가 남달랐다.

저녁을 먹은 뒤 아이들이 볼링을 치자고 했다. 단, 셋째는 오늘은 몸이 아프다며 볼링을 사양했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 둘째딸, 이렇게 셋이서 2게임을 쳤다. 둘째딸이 오늘 폼이 좋았다. 볼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며 오늘 하루가 길고도 충실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양꼬치 식당 가족

저녁 양꼬치 식당

양꼬치 식당 가족 2

오늘 저녁도 넷이서 든든하게

양꼬치 그릴 음식 사진

지글지글 양꼬치 + 오이 샐러드 — 완벽한 저녁 메뉴

드림타워 앞 가족

볼링장으로 이동하며 드림타워 그랜드 하얏트 앞을 지나며

볼링장에서 던지는 장면

오후 7시 15분 · 볼링 2게임. 둘째딸이 오늘의 MVP

볼링 점수판

최종 점수판 — 아들 89점!

볼링장 가족 셀카

오후 7시 52분 · 볼링 2게임 마무리 인증샷

1112코스는 다음 기회에, 내일은 실내에서

이번 여행에서 12코스는 걷지 않았다. 마침 올해 가을에 씨월드 고속훼리에서 당일치기 상품으로 12코스 걷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굳이 일정에 무리하게 끼워 넣는 것보다, 그때 별도로 다녀오는 것이 훨씬 여유롭겠다고 판단했다.

내일은 비가 예보되어 있다. 이번 여행의 올레길 걷기는 오늘 14코스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내일은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실내 키즈카페나 체험 공간, 박물관 등지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저녁에는 목포에서 넘어오는 채린이네를 만나서 함께 식사도 하고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다. 비 오는 날도 이렇게 채우면 충분히 풍성한 여행이 된다.

📌 내일 계획 미리보기

🌧 날씨: 비 예보
🏛 실내 활동: 키즈카페 · 체험 공간 · 박물관 탐방
🤝 저녁: 목포에서 오는 채린이네와 합류해 함께 식사
📅 12코스: 올해 가을 씨월드 고속훼리 당일치기 상품으로 예정

제주 올레길 가족여행 기록 · 2026년 5월 · 아빠 제라드림 + 세쌍둥이

셋째날 14코스 · 저지예술정보화마을 → 한림항 · 22.43 km · 33,282 걸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