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06보 —
두 코스를 하루에 걷다
광치기해변 → 온평포구(2코스) → 표선해비치(3코스)
땀과 바람, 빙수와 치킨으로 버텨낸 세쌍둥이의 셋째 날
펜션을 나서며
도로 반사경에 담긴 우리 넷
4월 30일 아침. 고성리 펜션에서 눈을 떴다. 어제 올레 1코스와 1-1코스를 완주한 발은 여전히 묵직했지만, 오늘도 배낭을 멨다. 올레 2코스의 시작점은 어제 완주한 광치기해변 — 어제 종점이 오늘의 출발점이 된다.
📍 고성리 508-8, 서귀포시 · 오전 7:49 — 동네 도로 반사경 속에 담긴 우리 넷. 오늘도 출발이다
오늘 하루가 끝날 때 쯤엔 엄청 커져 있을 거라는 걸 아빠는 알고 있었다.
올레 2코스 시작 —
대수산봉을 넘어 온평포구로
올레 2코스는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해 대수산봉을 거쳐 온평포구까지 이어지는 15.8km 코스다. 물빛 고운 바닷길부터 평온한 마을 길, 호젓한 산길까지 색다른 매력의 길들이 이어진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부터 광치기해변까지 제주 동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수산봉 정상 — 뒤로 성산일출봉과 제주 동쪽 바다가 펼쳐진다. 아이들 표정에 오름 정상의 성취감이 가득
📍 고성리 2521, 서귀포시 · 오전 8:46 — 초록 숲길을 걷는 두 딸. 아직 오전이라 여유롭다
📮 올레 여권 2코스 스탬프
오전 10:20, 환해장성로 (서귀포시). 올레 여권에 JEJU OLLE ROUTE 02 페이지가 펼쳐졌다. 시작점 광치기해변 도장과 완주 도장이 나란히. 2코스 공식 거리 15.8km (4~5시간). 완주 스탬프는 '노랑부리저어새'.
현무암 돌담과 바다 —
환해장성 해안길을 걷다
온평포구 인근의 환해장성 해안길은 올레 2코스의 백미 중 하나다. 제주의 전통 방어 시설인 환해장성의 돌담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고, 그 옆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걷는 내내 바람이 시원했다.
📍 환해장성로, 서귀포시 · 오전 10:21 — 올레 스탬프 박스 앞에서. 뒤로 제주 바다가 반짝인다
오전 11:10 — 현무암 등대 앞에서 활짝 웃는 딸과 아빠. 오늘 가장 환한 미소
오전 11:05 — 해녀탕 옆 갯바위를 탐색하는 아이들. 아들은 서서, 딸은 쪼그려 앉아 뭔가 발견 중
📍 온평리 · 오전 11:14 — 돌로 쌓은 원형 물고기 덫 '원담'. 제주 전통 어로 방식의 흔적
📍 온평리 1115-2 · 오전 11:22 — 해녀 조각상 사이를 지나는 아들. 바다를 배경으로
📍 환해장성로 492 · 오전 11:23 — 방파제 끝에 나란히 쪼그려 앉은 세쌍둥이 뒷모습. 바다만 바라본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냥 파도 소리만.
아빠는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
걷다 만난 밥집 —
온평포구 근처에서 늦은 아침
📍 온평애항로 69-1, 서귀포시 · 오전 10:30 — 올레길 걷다 들른 식당. 뜨끈한 국물 요리로 기력 보충
온평포구 근처 식당에 들어섰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배고픔이 언제 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 갑자기 다리가 풀리는 순간이 그 신호다. 따끈한 국물 요리 한 상이 나왔고,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국을 비웠다. 밥 먹는 속도가 걷는 속도만큼 빨라졌다.
2코스 완주 후 바로 3코스 —
온평에서 표선까지
온평포구에서 2코스 완주 스탬프를 찍고, 쉬지 않고 3코스에 진입했다. 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에서 출발해 신산 환해장성, 신풍·신천 바다목장을 지나 제주민속촌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올레. 오래된 제주 돌담과 제주에 자생하는 울창한 수목이 문처럼 더해진다.
📍 환해장성로, 서귀포시 · 오후 12:59 — 뙤약볕 아래 모자를 눌러쓰고 걷는 아이들. 이 구간이 제일 더웠다
걷다 마주친 제주 사투리 —
"말젯똘이 젤 고아"
길을 걷다 돌담 위에 큼직하게 새겨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말젯똘이 젤 고아 — 제주 사투리로 "막내딸이 제일 예쁘다"라는 뜻이다. 그 아래엔 "오장 뒈싸지키여 (화가나서 속이 뒤집히겠네)"라고도 적혀 있었다. 아빠가 카메라를 들자 두 딸이 바로 반응했다.
📍 신천리 21-5, 서귀포시 · 오후 3:01 — "말젯똘이 젤 고아 (막내딸이 제일 예쁘다)". 두 딸이 왜 찍냐고 시샘했다
"오장 뒈싸지키여" = 화가나서 속이 뒤집히겠네
— 나머지 두 딸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 🤣
너무 지치고 더워서 —
바다뷰 카페에서 빙수 타임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아이들의 발걸음이 확연히 느려졌다. 햇볕은 강하고, 그늘은 없고, 바람마저 잠잠했다. 아빠가 카페를 찾았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빙수, 아이스아메리카노, 샌드위치를 시켰다.
📍 신천동로 130-29, 서귀포시 · 오후 2:23 —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 빙수와 샌드위치로 완전히 녹아버린 체력을 끌어올렸다
아이들이 숟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잠깐은 올레길을 잊었다. 🍧
3코스 종점 직전 —
표선해비치해변의 드넓은 모래사장
표선해비치해변은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올레 3코스가 끝나가는 지점, 발 아래 고운 모래가 깔리고 제주 바다의 파란색이 수평선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지쳐서 말이 없었지만, 이 풍경 앞에서만큼은 발걸음을 멈췄다.
📍 표선리, 서귀포시 · 오후 4:04 — 썰물에 드러난 표선해비치의 드넓은 모래사장. 세쌍둥이 세 명이 저 멀리 작게 보인다
📮 올레 여권 3코스 완주 스탬프!
오후 5:49, 표선리 40-76 (서귀포시). JEJU OLLE ROUTE 03 완주. B코스 기준 거리 14.6km (4~5시간). 시작점 스탬프(온평포구)와 종점 스탬프(통오름)가 나란히 찍혔다. 하루에 2코스 + 3코스 연속 완주. 오늘도 해냈다.
이틀 연속 두 코스 완주 —
아빠의 특별 선물, 좋은 호텔
표선리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올레길 내내 펜션에서 자던 아이들에게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호텔에서 쉬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화장실이었다 — 넓은 욕조와 개별 샤워 부스. 45,506보를 걸은 발을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 표선리 40-76, 서귀포시 · 오후 6:13 — 호텔 방에서 치킨으로 저녁. 수영장은 포기, 치킨과 휴식을 선택
오후 6:13 — 넓은 욕조와 유리 샤워 부스가 있는 호텔 욕실. 이날 가장 인기 있는 공간
호텔에 수영장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쉬고 싶어." 그래서 치킨을 시켰다. 세쌍둥이와 아빠, 넷이서 호텔 방 바닥에 앉아 치킨을 뜯었다. 창밖으로 표선 바다의 저녁이 물들고 있었다.
오늘 밤은 그냥 쉬어도 돼.
45,506보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 🍗
셋째 날 돌아보기
펜션 출발 — 도로 반사경 셀카로 하루 시작 ✅
2코스 대수산봉 정상 — 성산일출봉·제주 동쪽 파노라마 조망 ✅
숲길 구간 통과 — 두 딸이 싱그러운 표정으로 걷는 중 ✅
올레 2코스 완주 스탬프 + 해안 가족 인증샷 ✅
늦은 아침겸 점심 식사 — 뜨끈한 국물로 기력 보충 ✅
해녀탕·원담·해녀상·방파제 끝 탐방. 세쌍둥이 바다 감상 ✅
3코스 해안 구간 — 뙤약볕 아래 모자 눌러쓰고 걷는 중 ✅
바다뷰 카페 — 빙수·아이스아메리카노·샌드위치로 완전 충전 ✅
"말젯똘이 젤 고아" 돌담 글씨 발견 — 두 딸의 시샘 유발 😂 ✅
드넓은 표선 백사장 도착 — 3코스 종점 직전 ✅
올레 3코스 완주 스탬프! 2코스+3코스 하루 완주 🏁 ✅
체크인 → 탕 목욕 → 치킨 저녁 → 쉬는 저녁 🛁🍗 ✅
바다가 보이는 호텔 발코니 —
다음 날 아침
📍 표선리 40-76, 서귀포시 · 5월 1일 오전 9:03 — 흐린 아침, 호텔 발코니에서. 오늘도 올레길이 기다린다
5월 1일 아침. 발코니에 서자 표선 바다가 흐린 하늘 아래 조용히 누워 있었다. 어제의 45,506보가 몸에 남아 있었지만, 세쌍둥이는 이미 배낭을 챙기고 있었다. 올레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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