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5, 2026 · DSTC 산악회 · 제주 올레 18-1코스
바람이 머무는 섬
추자도
목포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 진도항까지,
배를 타고 한 시간, 섬 전체가 올레길인 그 섬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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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목포에서 시작된 하루
추자도. 이름만 들어도 왠지 멀고 낯선 느낌이 드는 섬이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가야 할 코스라고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DSTC 산악회 멤버들과 함께 그날이 왔다. 목적지는 제주 올레 18-1코스 — 추자도를 역방향으로 걷는 11.4km의 섬 트레킹.
새벽 6시, 목포에서 차 두 대에 4명씩 나눠 타고 진도항으로 출발했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설렘과 졸음이 뒤섞였다. 추자도는 기상 악화 시 배가 결항되는 일도 잦아 날씨 앱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는데, 다행히 맑음 예보였다.
산타모니카호 선실. 초록빛 좌석에 앉아 추자도로 향하는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멤버들.
상추자도 대서리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 배에서 내리며 멤버들과 함께 추자도에 첫 발을 딛는다.
산타모니카호 — 진도 ↔ 추자도 ↔ 제주
호주 인캣(INCAT)사 건조, 3,500t급 쾌속 카페리. 최고 속도 42노트(78km/h), 여객 606명·차량 86대 동시 선적 가능. 씨월드고속훼리㈜가 운영한다.
매일 1회 왕복 운항. 진도→제주 오전편·제주→진도 오후편 모두 추자도를 경유한다.
| 구분 | 진도 출항 | 추자 입항 / 출항 | 제주 입항 |
|---|---|---|---|
| 월~일 매일 | 08:00 | 08:45 / 09:10 | 10:00 |
| 휴항일 | 4월 1·3주 수요일 / 5월 3·5주 수요일 | ||
| 구분 | 제주 출항 | 추자 입항 / 출항 | 진도 입항 |
|---|---|---|---|
| 월~일 매일 | 16:20 | 17:10 / 17:35 | 18:20 |
| 휴항일 | 4월 1·3주 수요일 / 5월 3·5주 수요일 | ||
※ 진도↔추자도 구간 소요 약 45분 | 추자도↔제주 구간 소요 약 50분
※ 기상 악화 시 결항 가능 — 사전 예약 및 날씨 확인 필수
※ 정확한 요금·스케줄은 씨월드고속훼리 공식 홈페이지 (seaferry.co.kr) 에서 확인
배가 출발하자 진도항의 불빛이 서서히 멀어졌다. 섬으로 간다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뱃전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고도 상쾌했다.
상추자도에 발을 딛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투명하게 맑은 바닷물이었다. 육지와는 다른 공기, 조금 더 강한 햇살,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비릿한 바다 냄새. 이건 제주도가 아니다. 추자도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시골밥상으로 직행했다. 올레길 11.4km를 걸으려면 일단 배부터 채워야 한다. 거북손 물회와 매운탕이 올라왔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막걸리와 소주가 등장했다. 아침 9시에 이미 건배. 이것이 산악회의 법도다.
오전 9시 6분, 상추자도 대서리. 배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멤버들.
시골밥상 — 거북손 물회 & 매운탕
추자도 대표 별미 중 하나가 거북손(따개비류)이다. 생김새는 기묘하지만 맛은 조개와 성게를 합친 듯 깊고 진하다. 거북손 물회는 추자도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로,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올레길 전 몸을 깨워준다. 뒤이어 나온 칼칼한 매운탕으로 국물까지 말끔히 비웠다. 대서리 항구 주변에 위치해 배에서 내리자마자 찾아가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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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5분, 시골밥상. 거북손 물회와 매운탕, 그리고 막걸리·소주까지. 올레길 전 완벽한 워밍업.
거북손 물회와 매운탕에 소주 한 잔. 아침부터 건배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산악회의 기풍이다.
드디어 올레길 위에 서다
— 하추자에서 상추자로
버스를 타고 하추자도 끝자락으로 이동, 올레 18-1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상추자 → 하추자 방향으로 걷지만, 이날은 반대 방향인 하추자 → 상추자 순서로 섬을 종주했다. 배낭 끈을 조이고, 스틱을 꺼내고, 선크림을 한 번 더 바르는 사이 슬그머니 긴장감이 찾아왔다. 11.4km.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섬 역방향 트레킹. 완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멤버들의 기운이 그 걱정을 금세 날려버렸다.
섬 전체가 올레길인 추자도 — 역방향 종주
- 거리: 약 11.4km (18-1코스)
- 소요: 3~4시간 (역방향 기준)
- 이날 방향: 하추자도 → 예초리 → 추석산 → 희망공원 → 상추자 대서리 (역방향)
- 특징: 상추자·하추자 두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며 섬 전체를 일주하는 코스
- 볼거리: 추석산 전망대, 일제 진지동굴, 해안 절경, 추자항 포구
올레 18-2 출발점 표지석 앞에서. 야자수와 파란 하늘이 "여긴 제주도다"라고 속삭인다.
설렘
섬 전체를 걷는다는 것.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11.4km.
두려움
아침부터 소주를 마셨는데 완주할 수 있을까? 다리는 버텨줄까?
투지
어차피 걸어서 나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냥 걷자.
섬의 속살을 걷다
올레길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하지만 조금만 올라서면 펼쳐지는 경치가 그 수고를 보상해줬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작은 무인도들이 점점이 박혀 있고,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찼다. 멤버 중 하나가 "이래서 '바람이 머무는 섬'이라고 하는구나"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전망 포인트에서. 뒤로 보이는 작은 섬이 추자도 앞바다의 무인도들. 하늘도, 바다도 같은 색이었다.
"발이 아픈 건 사실인데, 눈이 너무 행복해서 참을 수 있었다. 이런 게 올레길의 마력인가 보다."
올레길 중간의 성당 계단에서. 지친 다리를 잠시 접고 계단에 드러누운 포즈가 리얼하다.
추자항 포구. 썰물에 드러난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청명한 물빛. 고요한 어촌 풍경이 인상적이다.
청정 어촌의 살아있는 풍경
추자도는 참조기, 삼치, 방어, 볼락 등 청정 어종의 주산지다. 항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묶여 있고, 주변 건물에는 굴비 판매장과 수산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어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바다를 바라보며
막걸리 한 사발
예초리 해변 위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바로 눈앞이었다. 누군가 배낭에서 삼겹살을 꺼냈고, 누군가는 막걸리를, 누군가는 홍어를 꺼냈다. 어느 새 삼합 한 상이 차려졌다. 올레길 위에서 이런 점심이라니. 지나가는 다른 탐방객들이 힐끔힐끔 쳐다봤다.
오후 12시 6분, 예초리 정자.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늘어지게 쉬는 멤버들. 이 맛에 올레를 걷는다.
삼합(삼겹살·홍어·김치)에 막걸리, 그리고 진도홍주까지. 올레길 위에서 차려진 뜻밖의 만찬.
진도홍주 (眞島紅酒)
진홍빛의 아름다운 색깔로 유명한 진도의 전통주. 지초(芝草)를 넣어 증류한 소주로 알코올 도수는 약 40도. 은은한 한약 향과 달콤하면서도 강한 뒷맛이 특징이다. 진도에서 추자도로 오는 배편을 이용하는 이들이 자주 챙겨오는 특산품 중 하나.
올레길 위에서 먹는 삼합 한 점은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땀을 흘린 만큼 맛있고, 걸은 만큼 맛있다.
추석산 일제 진지동굴 앞에서. 아픈 역사를 담은 표지판을 읽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아픈 역사의 흔적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구축한 방어 진지동굴. '침7호 작전' 등 본토 결사전을 위해 조선인 강제 노역으로 파낸 동굴로, 형태는 'ㄷ(말굴)' 자형이며 입구 크기 약 2.9m, 폭 1.5~2m, 천정 높이 2.1~2.6m다. 올레길을 걷다 만나는 전쟁의 상흔으로, 아름다운 경치 속에 새겨진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쪽빛 바다
추석산 능선을 넘어 목리 쪽 전망대에 올랐을 때, 모두가 말을 잃었다. 정자 너머로 펼쳐진 쪽빛 바다, 수평선 위에 점점이 박힌 무인도들.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이, 그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발은 이미 한계였지만 눈은 여전히 행복했다.
오후 2시 43분, 목리 전망대. 망부석 표지석과 함께. 뒤로 쪽빛 바다와 추자 앞바다 무인도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추자도 최고의 조망처
추자도 올레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망 포인트 중 하나. 전통 정자와 망부석이 있으며, 날씨가 맑은 날엔 제주도 본섬까지 보인다는 곳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무인도들이 마치 한국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희망공원으로
이제 발은 완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스틱에 의지해서, 때론 서로를 의지해서 걸었다. 그래도 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없었다. 배가 기다리고 있고, 해가 저물기 전에 마을에 내려가야 했다. 내리막 도로를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우리 이걸 다 걸었다고?"
초록 숲 사이 도로 구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손을 흔드는 멤버. 지쳐도 웃을 수 있는 게 함께라서다.
'바람이 머무는 섬 추자도 — 희망공원' 표지판 앞. 같은 장소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기념 촬영.
바람이 머무는 섬의 끝에서
올레 18-1코스의 마지막 지점 중 하나인 희망공원. 추자도의 항공 사진이 담긴 상징적인 표지판 앞에서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는 곳이다. 공원 주변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 대서리 항구가 보인다.
파란 하늘 아래 해안 도로. 완주를 코앞에 두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DSTC 산악회,
추자도를 걷다
대서리 마을 광장으로 돌아왔을 때 모두의 얼굴에는 땀과 웃음이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 깃발을 꺼냈다. 'DSTC 산악회 — 산과 바다가 하나되자.' 섬 전체를 발로 걸어온 뒤에 드는 느낌이 딱 그랬다. 산과 바다가, 오늘 하루가 하나가 됐다.
대서리 마을 중앙 광장. '추자도 착한굴비판매장'과 '중앙식당' 앞에서 DSTC 산악회 단체 기념 사진.
추자도가 남긴 것들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항구로 향했다. 오후 편 배는 제주에서 출발해 추자도를 들르고 진도로 간다. 배 위에서 점점 작아지는 추자도를 바라봤다. 오늘 걸었던 능선이, 전망대의 정자가, 희망공원의 표지판이 멀어져 갔다.
11.4km. 아침에 막걸리를 마신 채로 시작해서, 삼합에 홍주까지 곁들이며, 그래도 끝까지 걸어냈다. 발은 아팠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추자도는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 아니었다. 걸어야만, 발이 아파야만, 그리고 함께여야만 비로소 보이는 섬이었다.
제주 올레 18-1코스 완주
추자도 · 11.4km · 2026년 4월 25일 · DSTC 산악회
목포 새벽 6시 → 진도항 → 산타모니카호 → 하추자도 → 올레 18-1 역방향 → 상추자 → 진도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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